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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7회 부산국제영화제 영화감상

lunl 2012. 10. 25. 21:58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던 영화들 짧은 감상.

스포일러 있음.

10/5 이매진
이런 영화 참 좋다. 현실성은 잘 모르겠지만 인물들을 꿈꾸게 하는 영화. 꿈을 주는 영화
다른 감각을 통해 하나의 감각을 묘사. 여지껏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전개방식은 그렇게 유니크한 구성이 아니지만 흔한 구성도 아니다
절 떠나는 중 모양새지만 변화는 이미 일어난...그런 느낌.
특별히 아름다운 대상을 담은 화면은 기억나지 않는데, 그럼에도 이 영화는 너무나 아름답게 기억이 된다. 그 안의 소리가, 그리고 소리를 이미지로 느끼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움으로 기억되는 것일테다. 이것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소재로 구상중인 장편 작품이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굉장히 맘에 들었다

10/6 까마귀들
94년 필름영화.
필름의 색깔이 참 좋다. 아름다운 영화였다.
아동, 소녀의 외로움과 반항. 꽤 미니멀한 감성이지만 그걸 깊이있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단편적인 대사가 주를 이룬다. 맘에 든다.
GV에서 하나의 놀이같이 연기를 시켰다고.

폴란드계 친구 하나가 이름이 참 읽기 힘든 모양새라고 생각했는데 크레딧보니 폴란드 이름은 다 그렇게 생겼더라...는 잡생각을 덤으로 했다

10/6 장군과 황새
꽤 잘 고른 영화같다.
풍자와 해학이 돋보이는 영화
가리발디(이태리를 통일한 인물) 동상이 이태리를 비판하는 모양새도 굉장히 기발하고 재밌었음. 평소에는 굉장히 흔한, 그저 무심코 지나치는 배경이기에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동상을 이렇게 보여줄 수 있다니.
전체적으로 화려한 연출보다는.. 좀 텐션이 그리 팽팽하지는 않은 전개였던것같지만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인물상이 있어서인지 곳곳에 등장하는 웃음을 주는 요소 덕이었는지 흥미를 잃지 않고 봤다.
이름이 엘리아였던가? 나한테는 무지 여자애같은 이름이지만(ㅎㅎ) 황새 아고스티나를 돌보는 주인공 남자아이. nerd 혹은 geek 이미지인데(표면상으론 nerd이미지인데 이상하다는 표현 자체를 따르자면 geek에 가깝지않나?싶다) 굉장히 좋아하는 부류의 캐릭터였다. 보통 사람과 다른 면이 보이기에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전문 첨부.

[영화를 보면서 꼭 표현하고 싶은 상징이 있던 것은 아닙니다. 그냥 보통 아이가 호기심이 많은 점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정해진 틀을 뛰어 넘어서 궁금한 점을 계속 파고드는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약간 보통 사람과 다른 면이 보이기 때문에 이상한 아이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찍었던 다큐멘터리에서 많이 다루었던 내용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습과 조금은 다른 점에 대해서 사람들은 부정적으로만 생각을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시대에 따라가면서 변해가지만 조금 그 시대의 속도에 맞추지 않고 조금 늦춰가거나 조금 빨리 가면서 그런 점을 캐릭터화하고 싶었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일을 하지 않아도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캐릭터입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고 그 각각의 일들을 콕 집어주는 일도 합니다. 그 캐릭터들이 모두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결 고리들이 영화가 끝나면 생각해보게끔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 한 장면씩 카메오로 등장한다고 한다. 장 콕토의 ‘영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죽는 직업이다.’라는 말을 인용, 그렇게 자신의 일생을 담고 자신의 예전 모습을 본다고.

10/7 왜곡
유명한 모 작가분이 머리로 쓴 글은 머리를 아프게 하고 가슴으로 쓴 글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라고 했는데
전자에 해당하는 작품인 것 같다.
너무 치밀하고 치밀하게 반전과 반전과 반전을 주려고 한 게 눈에 보인다. 인셉션 이후로 정말 머리아픈 작품이었고-_- 그리 유쾌하거나 감동을 주지도 않고 영화 안의 인물들도 영화 밖의 인물들도 아무것도 변하지도 않았다
감독분이 이전에는 다른 장르 영화를 만드셨던 것 같은데 그걸 한 번 보고싶다. 미안해요 감독님. 나는 이 작품을 좋아할 수가 없어요 주관적으로는..

10/11 정원사
이란 감독의 작품이지만 이 감독님은 무슬림이 아니다.. 신정일치 국가에서 이런 작품을 만드니까 쫓겨나고 살해 위협을 당합니다. 고 생각하니 묘하다. 작품관이 좋은 분이신데 ('')
전반적인 바하이교에 대한 의식이 나타난다. 자연처럼 대가를 바라지 않는 행동들 같은 것..
이란의 세대의식 반영. 그리고 세대차. 평화의 추구..같은 게 주 주제. 블랙마켓(불다..)같은 경로로라도 자국에 유입돼서 사람들이 보길 원하시는 것 같은데. 음. 이 분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길 바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거울이 인상깊었다. 아름다웠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바하이 정원은 프랑스식 정원이라고 하던가? 직접 본 적은 없어서 비교를 못하겠지만 그 인공적인 느낌이 좀 강해서 나는 별로였다...그리고 무슨 정원을 언덕에 그렇게 지어서 ㅋㅋ 오르내리느라 왕고생한 기억이 남. 그래도 방문한 적이 있어서 이 영화를 봤으니 뭐.
그리고 이 영화는 푸르고 푸르기에 그렇게 안보이지만 겨울에 찍었다. 이스라엘에는 겨울에 비가 온다-_-

 

10/12 와시푸르의 갱들
철저하게 오락을 위한 영화. 러닝타임이 길단걸 제외하면 나쁘지는 않았다. 아무튼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근데 좀 뭐랄까 세대와 세대를 거쳐서.. '토지'마냥 이어지는 모양때문에 너무 길어진듯한데(대부도 이런형식이던가?..영향을 받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시간날때 전편을 다보든지 해야지)...이게 좋은 수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10/12 단편쇼케이스

-편의점
이게 호주가 배경이었구나. 뒤늦게 알았다. 배경지식의 부족이 영화의 이해에 큰 장애가 된다.
흑백으로 말그대로 monotonous한 연출이 잘 맞아떨어졌다.
옷을 갈아입힌다거나 하는 부분은 그 의도같은게 잘 전달돼왔다고 생각함.

-안성맞춤 Cut to fit
이거 너무 유쾌해 어떡해!
유혈난무가 무섭지만 재기넘치는 이야기가 굉장히 깔끔해서 좋았다 좀 옛날 이야기같은 느낌도 들면서 파격적인 느낌도 들고

-키루나에서 키갈리까지
같이 남편이 없다는 전제 하
모든 것이 갖춰진 도시의 여성은 출산을 도와줄 이가 아무도 없었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지만
아무 것도 갖춰지지 않은 아프리카의 여성은 그녀의 출산을 연대와 서로간의 관심, 소통으로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아프리카 소년들이 참 귀여웠다 목걸이부분이나)
라는 대비를 보여주는 영화
그 출산을 도와준 의사가 그 네덜란드 여자인가? 모르겠다(얼굴기억못함) 그래도 좋겠다고 생각함

-플롯
이거 보면서 가장 절실하게 드는 생각이 창작을 할때 개인작업을 할때 딴짓하지말고 일에 집중하자 라는 거 -_-
티비너머 절망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안락한 현실에도 이면이 있다는걸 보여준다고 한다...라고 하는데 나는 윗줄이 지나치게 와닿은나머지(?) 가려져버렸다
덤으로 아픈거를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보는 내가 다 아프다.

-메밀꽃 필 무렵
EBS에서 관여해서 그럴까? 아이들을 위해서 만들면 이렇게 되는걸까? 나는 이게 너무 실망스러웠다.ㅜㅠ 미안합니다. 소꿈에서 너무 많이 감동을 받았던 터라.(의도치 않았지만 소꿈 세번봄) 처음에 자막이 좀 맘에 안들었어서 그랬는지, 미장센이 내가 소꿈에서 느꼈던 만큼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너무 원작을 따라가느라 그랬는지, 아마 이것같다..오히려 원작의 텍스트를 토씨 하나 틀림없게 만드는 데 너무 구애받지 않고 어느 정도 자유롭게 만들었으면 좋았을까 싶다. 아쉽다.

10/12 닉
능력있고 섬세하지만 정서에 좀 문제가 있기에 모든 장점이 묻혀버리고 한심하게밖에 보이지 않는, 닉이란 청년을 그리는 영화. 물론 그자신도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기에 결과적으로 그를 공감의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것같다.
감독이 닉이 변해가는 과정이 아니라 관객의 시선이 변해가는 과정을 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자연 안에서는 그 일부에 불과할 뿐. 음. 일리있다. 물론 대자연아래서 일부에 불과하다는 걸...느끼긴 좀 힘들었던 것 같다 나는. 하지만 처음에는 그의 비인간적인 행패에 분노하다가도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고민하는 모습이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를 인정하게 된 나도 있었다